안녕 안녕
또 방 안에서 울고있는 밤입니다.

친구랑 점심먹고 방에 돌아와서 커피를 마시고, 계속 일을 미뤘습니다. 해야할 일이 있는데 내일이 두려워서 앉았다 일어났다 방 안을 왔다갔다 했어요. 내일 출근할 생각만 하면 너무 불안하고 죽고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정신병동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내가 진짜 죽고싶었던 거라면 저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쓰레기같은 생각도 했습니다.

아껴둔 신경안정제를 먹으려다가 결국 저녁에 술을 한 잔 따르고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하는 내내 불안하고 내일이 오는게 두렵습니다.

엄마는 병원에 안가는 내가 괜찮은거라고 생각할걸요. 아주 잠깐 직장 스트레스때문에 그랬을거라고요.
근데 매주 죽고싶고 일이나 청소를 미루고 음식과 술을 조절하지 못해요. 이제 칼을 들진 않지만 옷핀으로 손목을 그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은건가? 시원한거 같기도 더 깊이 죽고싶은거 같기도 합니다. 그냥 도망치고 싶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계속 해요.

중간에는 희망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에 대학원 입시를 보는거요. 근데 가능성없고 또 손이 빈 쓰레기같은 저만 그려집니다. 무서워요.

저번주에는 너무 죽고싶어서 새벽에 퇴근하고 핀으로 목을 몇 번 그었습니다. 상처까진 안 나고 그냥 긁히는 정도로요.

친구는 일 때문에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또 다른 일을 벌이기엔 이미 일에 압도되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도 내 얘기는 숨겼습니다.
솔직히 매일 죽고싶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지겨운 일이니까요.

멋진 미래를 꿈꿨던 저는 너무 초라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속 깊고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아니라, 그냥 나이만 먹어버린 길 잃은 어른이요.

여름엔 조금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제가 좋아하는 겨울이 오니 점점 저를 억누르는 일들이 덮쳐와요. 눈도 안 오고 저는 늦게 일어나고 회사에 지각합니다.

죽고싶어도 어쩌겠어요, 어른이니까 그냥 버텨봐야죠